독기학설
김용옥 지음 / 통나무
나의 점수 : ★★★
난 서점에 책사는 것이 좋다. 인터넷 보다는 다소 비쌀지도 모르지만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이 책 저 책 눈길을 주면서 뒤적거리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면 웬지 운명적으로 손이 가게 되는 책이 있는데, "독기학설"도 그런 것중 하나다.
난 도올이 좋다. 그는 확실히 세상을 넓게 보고 역사의 흐름을 안다. 그리고 우리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준다. 때론 거침없는 독설을 퍼붙기도 한다.
그가 최한기라는 조선말 학자에 관해 이야기한 방송을 보고 이 책을 우연히 얻게 되었다. 사실 많이 망설이기도 했다. 이런 인문서적이 나에게 별 도움이 될까?
책은 다소 어려웠다. 도올이 여러나라에서 폭 넓게 공부한 때문인지 그가 나열한 어휘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자어 뿐만 아니라 구라파의 말도 많이 있었다. 사회과학에서 널리 쓰는 말이라지만 나 같이 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큰 맥락은 파악할 수 있었다.
최한기, 그는 조선말 다산 정약용과 견줄만한 아니 그 이상의 높은 사상을 갖고 있는 철학자다. 그는 당대의 어느 누구의 학문과 어느 사상과도 단절된 채, 세상을 아우룰수 있는 통일 사상 체제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학문은 역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충분히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는 양반이지만 주변부 머물면서 평생을 자신의 사상 체계를 확립해 나아갔다. 벼슬도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의 부질없음을 깨우치고 연구에 몰두했다.
"혜강사상연구의 핵심은 바로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의 문제며, 이것은 한 문명의 논리가 타 문명의 논리로 전환될 때 발생되는 창조적 상상력에 관한 문제다" - 본문중
그는 시대를 초월한 창조적인 인물이다. 기존 지배 체제를 벗어나 청나라로 부터 외부 문물을 받아들이고 이를 잘 소화하였다.
기존 체제를 벗어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지금 많은 사람들은 기존 체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새 시대를 열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올의 말을 소개하겠다.
"우리의 역사는 이들의 믿음(최한기의 사상)을 배반한 채, 일제와 미제와 마제(맑스제국주의)의 한 세기를 굴러 다녔다. 19세기에 이들이 처절하게 체험한 단절이 21세기로 접어가는 오늘날 새로운 연속으로 다시 창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개벽의 믿음을 또 다시 배반한 채 일제와 미제와 마제의 쳇바퀴만 굴리고 앉아있는 어리석음만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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