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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1일 수요일

8비트 키즈. 우리는 운이 좋은 세대

얼마전에 출간된 "오픈소스 개발자 이야기"를 보면서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80년대에 8비트 컴퓨터에서 코딩을 시작한 부분이다. 나도 초등학교 때 5학년 때, 학교 컴퓨터반에서 금성 FC-100으로 베이직을 배웠는데, 당시에는 컴퓨터 학원도 인기가 많아서, 컴퓨터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꽤 있었다.


당시 컴퓨터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컴퓨터를 켜면 바로 베이직 인터프리터 모드로 실행되는 부분이다. 지금 따지면, PC를 켜자마다, Python이 바로 실행된 모습과 같다고 할까?

베이직 프로그래밍은 마치 컴퓨터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였다. 뭔가 명령을 내리면 컴퓨터는 계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연주했다. 정말 대단한 물건이였다. 프로그래밍은 필수 코스였고 이미 중학교 때, 베이직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게임을 짤 수 있는 수준이였다. 그 당시 GOSUB 문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다.  일종의 함수 루틴으로서 순차적으로만 실행되는 베이직에서 특정 행번호가 실행되고 다시 돌아온다는 개념인데, 다른 사람이 짠 게임을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조기교육 덕분(?)에 나중에 혼자 C/C++도 공부할 수 있었다.

그 당시 8비트 세대 중 코딩 좀 했던 분들이 이제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에 되어서 현재 한국 IT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것 같다. 90년 들어서 게임기가 유행하고 PC가 도입되면서 학생들에게 코딩은 아마도 생소한 것이 되었을 것이다. 게임기는 정말 게임만 할 수 있지, 거기서 뭔가를 생각하고 만들 수 있는 환경은 제공되지 않는다. PC도 기본적으로 개발 환경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어린 청소년이 코딩을 하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C/C++는 어린 나이에 처음 프로그래밍을 배우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물론,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자바스크립트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지만, 주로 DOM, BOM API를 이용해서 웹컨텐츠를 만드는 용도라서 프로그래밍을 자체를 배우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이러한 사정으로, 90년대 이후 부터는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을 배울 기회가 차단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어린이에게 쉽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려고 하는 노력들이 있어왔고, 다양한 툴도 개발되었다. 하지만, 8비트 컴퓨터에서 제공되던 베이직 만큼 자유도는 떨어지는 것 같다.

프로그래밍에 대한 접근성을 보면, 기술 발전이 늘 반가운 것은 아니다. 좀 더 쉽게 컴퓨터 자체를 이해하고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예전에는 많았으나,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린 나이에 프로그래밍을 접할 수 있었고, 그런 추억을 갖고 있는 것이 8비트 세대만이 갖는 행운인 것 같다. 물론, 지금 세대에 8비트 시절과 똑같은 경험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래도 뭔가 비슷한 경험을 이후 세대에게도 전해주고 싶다.